35개월을 돌아보며..
세 돌을 앞둔 주니의 이야기
자폐스펙트럼의 치료 효과를 찾아보게 되면 항상 나오는 말이 있다. 바로 조기치료. 36개월 이전에 치료가 개입하게 되면 예후가 달라진다는 얘기다.
그러나 조기치료도 얼마만큼의 시간이 들어갔냐에 따라 다른 것 같다. 주니는 19개월부터 치료를 시작했으니 조기개입은 됐지만 시간은 충분히 제공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물론 우리집 형편에서 최대한으로 치료를 들어갔고, 나 역시도 준이에게 노력했지만 돌아보면 나는 나의 인생도 포기하지 않았다. 느린 아이들을 둔 카페에 가보면 정말 희생하며 밤낮으로 노력하시는 부모님들이 많은데 그에 반해 나는 한 게 없기에 많이 반성한다.
그럼에도 우리 주니는 제자리에 머물러 있진 않았다. 느린 속도지만 분명히 발달하고 있는걸 느낀다. 그래서 두 번째 뇌가소성이 시작된다는 36개월을 앞두고 발달기록을 적어보려 한다.
35개월 발달기록
1. 표현언어
발화는 되었지만 자발어는 거의 없고 짧은 단어로만 얘기한다. 현재 가장 확실한 자발어는 “안아”. 다쳤을 때 “아파”, “아야”, “안돼” 그 외에는 내가 캐치해서 먼저 말을 해줘야만 따라 하는 편이다.
간혹 확실하게 단어를 알고 있는 것에 대해선 아이가 요구하는 상황에 주지 않고 들고 있기만 해도 말할 수 있다.
“빵”(빰), “사탕”(아깡), “콜라”, “우유”, “물” 등 먹는 것에만 한정돼있는 걸 볼 수 있다.
언어치료를 시작하던 달에는 무발화 수준이라 간단한 1음절 모방조차 나오지 않았지만 현재는 ‘따라해’ 하고 시키면 나름의 발음으로 2음절 까지는 모방할 수 있다.
2. 수용언어(인지)
수용 언어는 참 어렵다. 아이가 얼마큼 알고 있는지 파악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시켜 본 결과 생활 속 간단한 지시 수행은 가능하지만 한 번이 아니라 여러 번 이야기해야 수행한다.
최근 방 안에 물을 엎질러 아이에게 휴지를 주며 ‘물 닦고 쓰레기통에 버려’라고 말한 뒤 지켜봤더니 그대로 하는 것을 보고 기특했던 기억이 난다. 물론 그때도 여러 번 이야기는 했지만.
또 가족의 호칭을 알아가는 듯하다. ‘@@ 어디 있어?’라고 물으면 해당 인물을 가리키는 게 가~끔(본인이 내킬 때) 가능해졌다.
수용 언어를 보며 지능을 짐작한다. 자폐스펙트럼의 70%는 지적장애를 동반한다고 하니 어느 정도는 받아들이곤 있다.
그래도 요즘은 말귀 알아듣는 게 제법 많아져서 데리고 다니기 수월한 점은 있다. 예전엔 타협이라는 게 안돼서 바닥에 누워있던 적이 반 이상이었는데..
3. 대근육/소근육
24개월 무렵 두발 점프를 시작했지만 계단 마지막 칸 같은 곳에서 두발로 뛰어내리는 게 꽤 늦었다. 작은 높이부터 조금씩 연습시켜줬더니 지금은 웬만한 높이에서는 너무 뛰어내려서 문제다.
대근육은 크게 늦는 거 같진 않지만 어딘지 불안정한 모습은 있다. 예를 들어 위가 막혀 있는 곳에서 머리 위치 조절을 못해 쿵 하고 박는다던지 유니바를 뛰어넘을 때 과도하게 구부린다던가 하는 그런 불안정함이 있다.
소근육은 아직 수저질과 포크질이 서툴다. 가위질은 종이를 잡아주면 잘 자를 수 있다. 펜을 쥐는 게 안정적이지 않고 동그라미는 그릴 수 있지만 네모나 세모 같은 직선 도형은 불가능하다. 그리고 아직 우세 손이 정해지지 않았다.
4. 감각추구/상동행동
- 걸을 때 한쪽 발 끌기(가끔)
- 코파서 먹기(정말 오랫동안 소거되지 않는 행동. 횟수는 그나마 줄었다.)
- 거울, 창문 등에서 비치는 자기 모습 보기
- 카드, 블록 등을 머리 위로 뿌리기(시각 추구인지 촉각 추구인지 모르겠다.)
- 줄 세우기
- 물건 모아서 들고 다니기
뚜렷한 상동 행동은 현재는 없는 듯하다.
5. 사회성
자폐 아이들은 정말 끌어올리기 힘든 사회성. 준이는 또래 친구에게 전혀 관심이 없다. 친구가 같이 놀자고 끼어들어도 등을 돌려버리거나 다른 데로 가버린다.
사람 자체에 관심이 없지만 엘리베이터 등에선 낯선 사람을 쳐다보긴 한다. 다른 사람들과 단체놀이를 할 때 내(엄마)가 개입하면 그나마 같이 하는 편이다. 상대방에게 인사를 시키면 인사는 한다. (손 흔들기, 허리 숙이기)
6. 그 외의 문제행동
- 청각 예민 - 동생 울음소리를 못 견뎌하고 불안이 심해진다.
- 감정 기복 - 원인을 알 수 없는 분노 발작증세. 빈도가 늘어가는 중인데 현재 제일 걱정되는 부분이다. 감정조절이 안되면 단체생활이 어렵기 때문이다. 현재 어린이집에서도 종종 보인다고 한다. 무엇 때문에 화가 난 지 알고 싶어도 상황이 매번 다르고 갑작스럽게 터지기 때문에 파악하기가 어렵다. 치료 선생님 말씀으로는 자기만의 어떤 패턴이 틀어지면 나올 수 있다고 한다.
- 혼잣말과 괴성 - 자기만의 언어로 떠드는 게 심하다. 특히 혼자두면 절정에 이르고 전에는 집에서만 그랬다면 점점 상황을 개의치않고 떠드는게 보이는 중. 쉬지 않고 떠들고 행동까지 겹쳐지면 더 흥분해서 날뛴다.
내년부터 주니는 어린이집을 졸업하고 병설유치원 특수학급에 입학한다. 어린이집에선 기대하지 못했던 개별 교육이 진행되기 때문에 학습상으론 좋다고 들어 신청했는데 다행히 선정되어 들어갈 수 있게 되었다.
다음번 기록엔 더 나은 모습의 주니로 남길 수 있기를 기대해보며 기록 마친다.
▼ 48개월 발달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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