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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정보

둘째 자연분만 출산후기

by 데이지 Daisy 2021. 3. 12.


둘째를 출산한지 벌써 한달이 훌쩍 지났습니다. 아이 둘과 씨름하며 지내다 보니 시간이 금방 가네요. 첫째 때도 출산 기록을 못해서 조금 아쉬운 마음이 있었는데 이번에는 잊기 전에 꼭 기록해보려고 해요.



전날의 우연

남편과 첫째랑 불금을 핑계로 드라이브를 나왔다가 영종대교로 길을 잘못드는 바람에 친정에 오게되었다. 친정과 우리집은 차로 한시간 거리지만 설마 아기가 오늘 나오겠어? 하며 별 생각없이 친정 도착.

드라이브 하며 잠든 준이



출산의 징조

출산일 1월 23일 (39주 4일)
잠을 자려고 하는데 며칠 전부터 가진통이 잠깐씩 느껴지더니 이 날 새벽에도 가진통이 시작되었다. 긴가민가 싶을정도로 약간 아프게 진통이 왔지만 준이 재우느라 피곤함이 더 컸던터라 어느새 잠이 들어버렸다.

아침 8시쯤 일어나니 많이 아프지는 않지만 진통이 주기적으로 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혹시나해서 화장실에 갔더니 역시나 이슬이 묻어나왔다. 둘째 때는 유난히 임신 기간이 힘들어서 빨리 나오기만을 바랐는데 드디어 출산한다는 생각에 무서운 마음보다 기분이 들뜨고 설레었다.

엄마가 아침밥을 차리고 계셨는데 아직 진통이 세지 않아서 밥먹고 병원가면 되겠다는 생각에, 엄마한테 “나 오늘 아기 나올 거 같애. 밥먹고 병원갈래” 라고 말하니 나보고 미쳤다고 폭풍 잔소리. 밥은 무슨 밥이냐며 얼른 병원으로 가라고 했다. 둘째는 빨리 나온다며 가다가 낳을 수도 있다고 겁을 주셨다. 그래도 진통할 때 배고픈건 너무 싫어서 샐러드라도 싸달라고 징징 거렸더니 하는 수 없이 싸주셨다.

준이를 부모님께 맡기고 샐러드를 챙겨서 헐레벌떡 병원으로 출발. 차에서 진통주기를 체크해봤더니 5분간격이 되었지만 다행히 차가 많이 밀리지 않아 40분만에 시흥에 도착할 수 있었다.



집에서 출산가방만 챙겨서 산부인과로 바로 갔는데 토요일 오전이라 그런지 외래 환자들로 북적였다. 준이 출산할 때는 늦은밤에 병원에 갔던터라 이런 상황이 낯설었다. 3층 복도 끝에 있는 분만센터는 잠겨있길래 데스크에 진통왔다고 말씀드렸더니 혈압을 재고 조금 대기한 후에 분만센터로 안내해주셨다.

분만센터로 들어서니 간호사님께서 초산인지 경산인지, 진통간격은 어떤지 간략하게 물으시곤 가족분만실로 안내해주셨다. 가족분만실은 굉장히 넓고 쾌적했다. 한쪽벽으로 긴 소파가 놓여있고, 제일 안쪽에 분만침대와 그 벽엔 창문이 있고 출입문 옆으론 작은 화장실이 있었다. 불을 환하게 켜두셔서 아늑한 느낌은 없었다.

 



침대에 누우니 일단 태동검사부터 하자고 하셔서 진행했고 20분정도 누워있으니 기계에서 삐 소리가 나며 간호사님들이 들어왔다. 그래프를 보신 후 진통은 주기적으로 오는게 맞지만 강도가 세지않다고 아직 멀었다는(?) 느낌의 심드렁한 반응을 보이시더니 내진을 해보니 이미 4cm가 열려있으니까 다들 우와 이러신다.내가 경산이라는 사실을 잊으신듯 하다.

입원 결정이 나고 남편은 입원수속 하러가고, 나는 그동안 항생제 테스트와 관장과 제모도 했다. 관장은 역시나 참기 힘들고.. 그래도 이번에는 중간에 항생제 테스트를 한 덕분에 겨우 6분 참았다. 화장실에 가려는데 간호사가 너무 오래 있지 말라고 하셨다. 앉아있다 아기 나올수도 있다며. 관장을 끝내고 잠시 누워있으니 제모를 하러 오셨는데 신입 간호사인 것 같았다. (이분께 혈관주사를 맞다가 여섯번이나 실패했다..) 엉뚱한 곳을 미는가 싶더니 역시 나중에 베테랑 간호사가 다시 밀어주셨다. 수치스러운건 전혀 없었는데 털을 제거할 때 떼었다 붙이는 테이프가 얼마나 아프던지..

곧이어 담당 원장님께서 내려오시고 한번 보시더니 진통이 약해서 촉진제를 맞아야 할 것 같다고 하셨다. 둘째고 하니 짧고 굵게 끝내자면서. 그 말을 들으니 덜컥 겁이 났지만 안맞겠다고 할 순 없었다. 대신 무통주사를 언제쯤 맞냐고 여쭤봤더니 황당하신 표정으로 “배가 아파야 맞죠?” 헉.. 전 지금도 아픈데요..

그러곤 촉진제를 넣자마자 정말 진통이 빠르게 강해졌다. 점점 고통스러워지니 눈 질끈감고 끊임없이 마인드 컨트롤을 했다. ‘곧 끝날거야, 곧 끝나!’

20분쯤 지났을까 얼마나 아프냐고 물어보시길래 그냥 무조건 많이 아프다고 했더니 나의 구세주 무통주사를 준비해주셨다. 생각보다 빨리 준비해주셔서 얼마나 감사했는지 모른다. 무통주사는 담당이자 원장님이 직접 놔주셨는데 오히려 라인꽂다가 죽는 줄 알았다.

무통주사는 옆으로 누워 새우자세를 하고 척추에 라인을 꽂는다. 등을 동그랗게 말아야 하는데 남산만한 배 때문에 임산부들은 하기 힘든 자세이다. 있는 힘껏 힘을 주고도 간호사분이 도와주셔야 겨우 자세가 나온다. 그런데 라인 잡는게 잘 되지 않으셨는지 이리저리 톡톡 치면서 자리를 잡는 과정이 꽤 여러번 진행되었고 신경쪽이라 굉장히 기분나쁜 찌릿한 아픔과 진통이 겹쳐져서 출산과정 중에 제일 힘들었다. 첫째때는 고통도 없이 한번에 진행됐던터라 무통주사에 대한 두려움은 하나도 없었는데 이렇게 뒷통수를 맞을 줄이야..

아무튼 그래도 무통을 맞고 나니 점점 진통이 줄어드는게 느껴졌다. 첫째때는 약빨(?)이 너무 잘받아 아예 진통이 사라지는 마법이 일어나서 오히려 힘을 못주는 바람에 출산이 더뎌졌는데, 이번엔 다행히 적당히 참을만큼의 진통으로 바뀌어 힘주는데도 문제 없었다.

30분정도 지났을까? 자궁문이 완전히 열렸고 본격적인 분만 준비가 시작됐다. 간호사분이 첫째를 몇키로에 낳았냐 물어보시길래 3.9에 낳았다고 대답하니 굉장히 놀라시며 갑자기 분주하게 움직이셨고 담당 원장님도 급하게 다시 모셔왔다. 아니나 다를까 힘주기를 시작하고 세번만에 아기가 나와버렸다. 아니 벌써? 얼마나 신기하던지. 남편도 탯줄 자르러 들어오면서 벌써 나왔다구요? 웃음이 나왔다. 엄마가 빨리 가라는데는 다 이유가 있었구나.

아가야 안녕!



수월하게 그리고 빨리 출산해서 ‘이제 다 끝났다’ 하며기분이 너무 좋았는데 마지막 회음부 봉합이 남아있었다. 그런데 5분..10분..15분..이 지나도록 봉합이 끝나지를 않았다. 왜 오래 걸리는지 말씀도 없으시고 시간만 흐르니 뭐가 잘못됐나 불안한 마음이 들었다. 한 자세로 오래 있으니 힘들기도 해서 약간 불편한 기색을 보였더니 거의 다 끝났다 말씀을 하시는데 그러고 나서도 한참을 꼬매셨다. 중간에 마취가 풀려 한번더 마취할 정도로 오래 걸렸다. 나중에 말씀해주셨는데 항문쪽 약한부분이 찢어지는 바람에 나중에 탈 나지 않게끔 꼼꼼하게 봉합 하느라 그러셨던 거였다.

드디어 봉합까지 끝내고 잠시 회복하기위해 누워있는데 전혀 힘들지가 않았다. 오히려 기분이 하이텐션돼서 친구들에게 카톡 온거 확인하고 전화하고 너무 신나있으니 남편이 첫째 때랑 너무 다르다고 애 낳은 사람같지가 않단다. 애 낳은 사람이 어떻게 다 같겠냐만은 이번만은 동의했다. 나조차 그렇게 느껴졌으니까. 하지만 걷지도 못해 휠체어타고 입원실로 간건 안비밀.

임신기간동안 너무 힘들었지만 그래도 무사히 출산까지 마친 나에게 토닥토닥.